물량 파워 앞세우는 대형 얼라이언스에 정부 정책 '무용지물'

▲ 국내 수출입관문인 부산신항도 외국계선사에 좌지우지된지 오래이다. 사진은 부산신항 1부두에 접안한 머스크 선박.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광양항 컨테이너 하역요율이 전세계 최저가를 갱신하면서, 국내 항만에서의 하역요율 연쇄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물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항에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광양항의 기항 터미널을 TEU당 평균 2만 원 초반대 단가로 국내 항만업체인 GWCT와 계약을 맺자, 관련업계가 연쇄적 요율하락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광양항은 디 얼라이언스의 터미널 기항지 변경에 이어 또다른 대형 해운동맹인 2M도 터미널 기항지 변경에 대해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선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대형 얼라이언스에 의해 국내 터미널 운영이 휘둘린 지 오래이기 때문에 2M의 기항지 변경에 따른 항만업체간 경쟁으로 하역료 급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만업계가 대량 물량을 좌지우지하는 얼라이언스의 요구를 맞춰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광양항에서의 TEU당 2만 원 초반대의 계약은 요율하락에 불을 붙였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디 얼라이언스는 광양항뿐만 아니라 국내에 기항하는 모든 항만에서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일부에선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요율을 낮춰 재계약을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부산신항이다. 부산신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개 터미널이 동시에 개장하면서 요율하락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다 부산북항 통합과 터미널 반납 등을 통해 요율을 일부 안정시켜왔다. 하지만, 오는 2022년 상반기 중 부산신항에 2개 터미널이 연달아 개장할 예정인데다, 2-6단계 터미널도 추가로 개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터미널 과다 개장에 따른 하역료 인하가 우려되고 있다.

이렇듯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광양항 하역료가 폭락하자 부산항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 현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지난달부터 부산신항의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어 요율하락이 우려된다는 전언이다.

부산신항의 한 터미널사 대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물동량이 떨어졌다 지난달 초 일시 상승했지만,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물동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고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수는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들보다 적은데, 광양항의 요율하락이 부산신항에서도 골칫거리가 될 수있다”고 우려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도 “디 얼라이언스가 현대상선을 신규 멤버로 영입하면서 국내 기항 항만에서 계약서를 다시 썼다는데,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터미널에서 일부 요율이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한다”며, “인천이나 부산항은 기항할 수 있는 터미널이 한계가 있어 재입찰까지는 못했을 테지만, 광양항은 부두가 남아도니 아예 입찰을 새로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도 북항과 부산신항 등 전체를 놓고 보면 터미널 운영사 수가 너무 많은데, 얼라이언스들은 항상 최저가 입찰제 형식으로 터미널을 선정하고 있어 현재 얼라이언스들이 부산신항 터미널들과 계약이 끝나면 부산신항의 하역요율도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광양항에서 항만업체 간 싸움을 붙여 요율하락을 이끌어 낸 외국계선사들이 부산신항에서 이를 이용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터미널 운영사가 너무 많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광양항과 인천신항 통합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터미널 운영사 통합만으로 외국적선사들의 갑질을 해소하긴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터미널 통합 첫 모델인 부산북항의 BPT 사례만 보더라도 통합법인이 만들어지기까지 10년 가까이 소요된데다, 신항과 북항간 요율체계 등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터미널 수가 많아 터미널 운영사 간 경쟁하는 치열한 가운데, 정부나 항만공사들은 환적화물 유치에만 목을 메고 있어 오히려 요율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BPT 설립 후 요율이 일부 정상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진 않았다”며, “각 항만별로 특화된 전략 없이 정책적으로 운영사들의 과당경쟁만 부추기는 환적화물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 정책 방향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국내 항만 운영정책이 외국적선사는 환대하고 국적선사는 홀대하는 역차별적인 요소들이 많아 국내 선사들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국민 혈세로 지은 국가적 자산인 항만이 외국선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곳은 우리나라 외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환적화물 유치 인센티브와 같은 제도를 악용하는 외국선사들은 광양항과 부산항을 오가며 터미널끼리 싸움을 붙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 왜 국내 항만의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잘 생각하고 판단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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